[中 여행금지 첫날, 명동 둘러보니… ②] 상인들 “요우커 장사 끝 실감…명동 틀 바꿔야 해요”
-요우커 실종 파리날리는 명동 거리
-화장품 가게만 많고, 볼거리 없어
-방치되던 역사유적은 ‘철거’ 예정
-외국인 커녕 내국인도 안찾는 곳으로
[헤럴드경제=김성우ㆍ구민정 기자] “사람이 안오는덴 다 이유가 있는데, 그런 생각은 안하나봐요.”
최근 명동에서 만난 독일 유학생 윤현정(28ㆍ여) 씨는 ‘명동은 너무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화장품 가게마다 켜진 음악소리 때문. 명동은 줄줄이 늘어선 화장품 가게들마다 최신 댄스음악이 흘러나온다. 가게 하나 하나에는 흥을 돋워주는 좋은 음악일지 몰라도, 그 소리가 합쳐졌을 땐 큰 소음으로 변한다. 이에 윤 씨는 “다른 도시에서는 가게마다 방송을 틀어놔도, 라디오를 틀거나 조용히 음악을 켠다”며 “한국 번화가처럼 소음공해에 시달리는 곳은 보기힘들다”며 불평했다.
중국정부의 압력으로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한 15일 명동 거리는 그야말로 한산했다. 요우커로 북적이던 자리는 비둘기와 한 종교단체의 전도행렬이 차지했다. 정부가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외국인들, 유럽계 관광객들은 드물었고, 쇼핑1번지라는 국내에서의 명성과도 다르게 한국인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 명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안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쇼핑관광에만 목적을 둔 요우커들이 빠져나간 지금, 되레 이번을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구윤(31ㆍ서울 중랑구) 씨는 “명동은 화장품 가게만 너무 많다”며 “남자들이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했다.
실제 명동 중심가인 명동극장 앞과 명동대로에는 화장품 편집숍들만이 즐비하다. 인근 눈스퀘어 반경 50m로 ‘네이처 리퍼블릭’ 매장만 4개, 이니스프리도 3개 매장이 위치해있다. 전체 명동을 대상으로 하면 이들 편집숍의 매장수는 더욱 늘어난다. 심지어 한 매장에서 인근에 있는 매장의 간판이 보일정도로 가깝다. 소비자들이 많이들 들어봤을 국내유명 편집숍 브랜드들만 해도 10여개, 사실상 이들이 명동 전역을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 구입이 많은 요우커가 찾아올 때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인근의 한국인 직장인들ㆍ배낭여행객이 많은 다른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그림의 떡을 넘어선 ‘흉물’로 보이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을 시작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아온지 10년여, 명동이 효율성 중심으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이런 흔적은 인근 ‘역사 유적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 별관 뒷편에는 일제강점기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이었던 한일빌딩을 포함해 7개 동의 근ㆍ현대 건물들이 모여 있다. 이 부근이 최근 부영그룹의 호텔 부지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방치돼 볼품없지만, 개선 작업을 거치면 문화유적으로 손색이 없다는게 평가다.
이곳에는 27층, 850실의 규모를 갖춘 부영호텔이 들어서게 된다. 인근의 웨스틴조선 호텔이 450여개 객실을 지니고 있는데 이 2배에 달하는 초 거대규모다.
[사진설명= 한국은행 별관 뒷편의 7개 근대 건물. 이 건물들은 일제강점기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이었던 한일빌딩 등 많은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다.]
서울시가 부영그룹에 이들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며 호텔을 지을 것을 주문했지만, 그래도 현재의 외관이나 흔적이 일부분 사라질 수밖에 없다. 7개의 건물중 2개가 사라지고 나머지 건물만을 보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있는 유적지도 함부로 훼손하고 돈되는 호텔만 짓는게 명동과 서울 관광의 현주소다.
이에 유통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동에서 쇼핑 빼고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근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나 남산타워 등이 있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인지 미지수”라며 “기껏 와서 쇼핑좀 하다가 길거리 음식만 먹고 가는게 전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근 상인회 관계자도 “요우커가 오지 않는다고 베트남ㆍ태국인들 불러오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정말 말 뿐”이라며 “우리 관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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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가게만 많고, 볼거리 없어
-방치되던 역사유적은 ‘철거’ 예정
-외국인 커녕 내국인도 안찾는 곳으로
[헤럴드경제=김성우ㆍ구민정 기자] “사람이 안오는덴 다 이유가 있는데, 그런 생각은 안하나봐요.”
최근 명동에서 만난 독일 유학생 윤현정(28ㆍ여) 씨는 ‘명동은 너무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화장품 가게마다 켜진 음악소리 때문. 명동은 줄줄이 늘어선 화장품 가게들마다 최신 댄스음악이 흘러나온다. 가게 하나 하나에는 흥을 돋워주는 좋은 음악일지 몰라도, 그 소리가 합쳐졌을 땐 큰 소음으로 변한다. 이에 윤 씨는 “다른 도시에서는 가게마다 방송을 틀어놔도, 라디오를 틀거나 조용히 음악을 켠다”며 “한국 번화가처럼 소음공해에 시달리는 곳은 보기힘들다”며 불평했다.
중국정부의 압력으로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한 15일 명동 거리는 그야말로 한산했다. 요우커로 북적이던 자리는 비둘기와 한 종교단체의 전도행렬이 차지했다. 정부가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외국인들, 유럽계 관광객들은 드물었고, 쇼핑1번지라는 국내에서의 명성과도 다르게 한국인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 명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안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쇼핑관광에만 목적을 둔 요우커들이 빠져나간 지금, 되레 이번을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구윤(31ㆍ서울 중랑구) 씨는 “명동은 화장품 가게만 너무 많다”며 “남자들이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했다.
실제 명동 중심가인 명동극장 앞과 명동대로에는 화장품 편집숍들만이 즐비하다. 인근 눈스퀘어 반경 50m로 ‘네이처 리퍼블릭’ 매장만 4개, 이니스프리도 3개 매장이 위치해있다. 전체 명동을 대상으로 하면 이들 편집숍의 매장수는 더욱 늘어난다. 심지어 한 매장에서 인근에 있는 매장의 간판이 보일정도로 가깝다. 소비자들이 많이들 들어봤을 국내유명 편집숍 브랜드들만 해도 10여개, 사실상 이들이 명동 전역을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 구입이 많은 요우커가 찾아올 때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인근의 한국인 직장인들ㆍ배낭여행객이 많은 다른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그림의 떡을 넘어선 ‘흉물’로 보이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을 시작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아온지 10년여, 명동이 효율성 중심으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이런 흔적은 인근 ‘역사 유적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 별관 뒷편에는 일제강점기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이었던 한일빌딩을 포함해 7개 동의 근ㆍ현대 건물들이 모여 있다. 이 부근이 최근 부영그룹의 호텔 부지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방치돼 볼품없지만, 개선 작업을 거치면 문화유적으로 손색이 없다는게 평가다.
이곳에는 27층, 850실의 규모를 갖춘 부영호텔이 들어서게 된다. 인근의 웨스틴조선 호텔이 450여개 객실을 지니고 있는데 이 2배에 달하는 초 거대규모다.
[사진설명= 한국은행 별관 뒷편의 7개 근대 건물. 이 건물들은 일제강점기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이었던 한일빌딩 등 많은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다.]
서울시가 부영그룹에 이들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며 호텔을 지을 것을 주문했지만, 그래도 현재의 외관이나 흔적이 일부분 사라질 수밖에 없다. 7개의 건물중 2개가 사라지고 나머지 건물만을 보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있는 유적지도 함부로 훼손하고 돈되는 호텔만 짓는게 명동과 서울 관광의 현주소다.
이에 유통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동에서 쇼핑 빼고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근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나 남산타워 등이 있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인지 미지수”라며 “기껏 와서 쇼핑좀 하다가 길거리 음식만 먹고 가는게 전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근 상인회 관계자도 “요우커가 오지 않는다고 베트남ㆍ태국인들 불러오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정말 말 뿐”이라며 “우리 관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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