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0달러 투어’…태국 관광경기 침체 막는 효자인가 관광업 망치는 파괴자인가
김지수 기자 | 기사승인 2018. 01. 28. 13:42
초저가 패키지 투어를 통해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일명 ‘제로달러투어’가 각종 폐해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실무자들은 태국 당국이 이러한 제로달러투어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어느 곳에 가도 중국인 관광객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에는 비자를 받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매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거리 좌판에서 40바트(약 1400원)짜리 누들을 사먹는 모습, 쇼핑몰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 사찰에서 단체 셀카를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이제는 태국의 흔한 풍경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016년 관광대국 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은 총 3400만 명이며 이중 870만 명이 중국인 관광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에 비해 10.3% 증가한 수치다.
이 처럼 태국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게 된 것은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태국 배경의 로드무비 ‘로스트 인 타일랜드(Lost in Thailand)’가 2012년 중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이 한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태국 바트와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중국 측에 유리해진 경향이 있는데다 중국 중산층의 증가로 소득이 늘어난 중국인들이 휴식과 모험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배경이 일명 ‘제로달러투어’라 불리는 초특가 패키지 투어를 낳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이런 초특가 패키지 투어는 여러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태국의 경제 전망이 어둡던 시절에는 제로달러투어가 한 번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태국 정부는 입장을 바꿔 이러한 제로달러투어가 태국의 국가이미지를 해친다며 이러한 투어를 운영하는 여행사를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로달러투어로 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특정 매장에서 물건을 강매당하는 등 여러가지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건 구매를 거부하면 위협을 당하거나 가이드가 호텔 방의 열쇠를 주지 않는 등의 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보도한 바 있다.
현지매체 푸켓가제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달 중국인 관광객들이 탄 대형 버스들로 홍수를 치른 푸켓의 카투 사원은 중국 여행사와 손잡고 패키지 관광객들에게 ‘행운의 부적’을 2만 바트(약 68만 원)라는 고가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당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제로달러투어가 모집되고 운영되는 특성상 중국인들이 이 패키지 투어 과정에서 생기는 이윤 대부분을 가져가며 정작 태국의 호텔이나 식당이 가져가는 몫은 매우 적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투어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태국 재무부는 수천만 달러를 손해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태국 당국은 2016년 10월부터 이러한 제로달러투어의 단속에 나서 중국의 골든위크 기간(10월 약 1주일 간의 중국 국경절 연휴)에만 2150대의 투어 버스를 압수하고 29개 여행사를 처벌했다.
태국 관광청의 유사삭 수파소른은 제로달러투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싸구려 프로그램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고품질의 여행 상품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로달러투어가 중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지로서의 태국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와 관점을 갖게 만들고 있다”면서 “제로달러투어는 소비자 권리의 침해이고 태국과 중국 관광업계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 정부의 규제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태국관광협회 수파레크 수란구라 회장은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이러한 형태의 관광사업이 범죄로 취급되서는 안된다. 어떤 법이나 규정도 어기지 않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은 사전에 이 패키지 상품의 조건을 고지받은 상태에서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태국 당국은 경쟁적인 글로벌 환경에서 업체들의 현실을 좀 더 고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들도 갈수록 이런 패키지 투어를 피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은 ‘독립적인 자유 여행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의 그룹 투어를 피하고 스마트폰앱을 이용해 항공과 숙박 등을 스스로 예약하는 이들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자유 여행객들이 더욱 늘어나 70%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파타야 관광 연합회 아카시트 응감피체트 회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국인 자유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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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u.kim@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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