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요우커' 외교 수단으로…몸살 앓는 관광업
최종수정 2017.12.29 10:39 기사입력 2017.12.29 10:39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를 외교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억명 단위의 해외 여행객을 무기삼아 음성적으로 외교 수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인도, 필리핀 등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행정 문서 같은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구두 지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상대국의 문제 제기를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이 같은 사례를 집중 조명하면서 중국이 한 해 1억3000만명에 달하는 해외 여행객을 외교 무기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나라에 자국민 단체관광을 금지하고 경제 타격을 입히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구두 지도를 통해 여행사를 압박하는 교묘한 수단을 쓰고 있어 실체를 확인할 길도 없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 소재 한 여행사 직원은 "상사가 최근 여유국의 호출로 회의에 다녀 왔는데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자제하라는 지도를 받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배경 설명도, 문서 통지도 없었다.
요우커의 한국 단체관광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지난해 중국이 가장 먼저 조처한 보복 수단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국빈 방중을 앞두고 양국 정부가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문서를 발표하면서 한국 단체관광 금지도 베이징과 산둥성에 한해 일부 풀렸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눈치 보기 급급한 일선 현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단체관광 금지 사실을 묻는 질문에 "듣지 못했다. 중국은 한중 교류에 개방적"이라는 말로 논란을 비켜 갔다.
중국 여행사의 전 간부는 "특정국에 대한 보복적인 여행 금지 조치는 국제 규범에 반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표하지 않는다"며 "물밑에서 지도할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인의 여행이 막힌 대만과 국경 지대 군사적 갈등을 빚는 인도, 역사적으로 껄끄러운 일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 등도 매한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 금지 조치를 당한 해당 국가는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급급하다. 우리 정부도 문 대통령 방중 당시 한국 단체관광 해제가 주요 의제였던 것은 물론 외교 라인을 통해서도 꾸준히 요구했고 최근 중국이 받아들여 내년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단체관광이 가능해진 것이다.
노영민 주중 한국 대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시 여유국이 주요 여행사를 불러 한국 단체관광을 정상 처리하라고 구두 지시했다"면서 "이는 단체관광 비자 신청 시 정상적으로 처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분별한 저가 단체관광은 자제하라는 게 중국 당국의 입장이다. 최근 한국 단체관광을 다시 금지했다는 얘기가 나돈 것도 자국 내 여행사의 지나친 마케팅을 통제한 성격이 크다고 베이징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한국뿐 아니라 태국과 인도 등 다른 나라에도 '싸구려 단체관광' 자제령을 내린 것이라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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