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중소여행사 폐업…피해는 소비자 ‘몫’


‘여행 활성화’ 명목 자본금 제한 낮춰
7~8년만에 업소 2배, 폐업 7배 늘어
 보험료 낮아 폐업땐 보상도 어려워
“우후죽순 창업뒤 운영악화 저가수주
 경비 돌려막다 폐업하는 악순환” 지적

 

 


 

지난해 7월 휴가철을 맞은 시민들이 인천공항 출국장에 늘어서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월 초 가족들과 필리핀 여행을 계획했던 오아무개씨는 출발 한달도 남지않아 여행사로부터 폐업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오씨는 ‘대금 결제가 늦어지면 비행기 좌석을 잡기 어렵다’는 여행사의 독촉에 여행경비 1400만원을 완납한 상태였다. 가족 21명이 기대했던 여행은 엉망이 돼버렸다. 부모님 칠순 기념으로 1월말에 가족들과 베트남 다낭을 가기로 했던 김아무개씨도 출발 10여일을 앞두고 폐업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행사 ‘싼트립’ 폐업으로 피해를 본 김씨와 오씨는 네이버카페에서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들처럼 중소여행사 폐업으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매 분기 발표하는 전국 관광사업체 현황을 보면 여행사 수는 2009년 4분기 8907개에서 2016년 1만9848개로 7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중소 여행사가 난립하면서 폐업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자체 개방 업종별 인허가 데이터’ 자료를 보면 일반여행업 폐업은 2009년 33건에서 2017년 299건으로 9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여행사 난립 원인으로 여행사 등록시 필요한 자본금 인하를 꼽았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에는 국외여행업의 자본금을 300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억원에서 6000만원으로 낮춘데 이어 2016년엔 국외여행 활성화를 이유로 3000만원으로 더 낮췄다. 일반여행업 등록 자본금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국내여행업은 1500만원으로 낮췄다.

 김남조 한양대 교수(관광학부)는 “규제를 푼다는 명목으로 등록자본금을 점점 낮춰서 여행사들이 쉽게 생기고 또 쉽게 망하게 됐다“며 “재정적으로 튼튼하지 못한 회사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운영악화로 이어지고 다시 여행 경비를 낮춰 모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행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여행 경비 낮추며 고객을 모으고 대금 돌려막는 탓에 소비자 피해만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싼트립은 폐업 전부터 이용객들의 피해신고가 접수돼 왔다. 폐업 전부터 운영에 문제가 있었지만 여행사는 고객들을 독촉해 모은 여행경비로 땜질 운영을 해온 셈이다. 이런 운영으로 싼트립 여행사의 피해자 중에는 출발 당일 폐업문자를 받은 경우도 있다. 한국관광협회 관계자는 “과거보다 피해건수가 피해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법안을 개정해야하는 문제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보험료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행사들은 사고발생이나 관광객 손해를 대비해 반드시 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국내여행 2000만원, 국외여행업 3000만원에 불과해 피해액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싼트립은 2억400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상태지만 이미 모인 피해액이 그 이상이다. 김씨는 “현재 네이버카페에 모인 피해자만 30여명, 피해액이 2억6000만원”이라며 “총 피해액은 7억~1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는 “피해신고가 약 170여건 들어왔으며 중복사례를 제외하면 150건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행사를 이용할 때 이와같은 피해를 예방하려면 “문체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우수여행사를 이용하거나 후기 등으로 검증된 여행사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여행사는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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